귀향
곽민호
나이 설흔이 넘도록 시집도 못간 발길이
밤 열차를 달려 고향을 찾는다.
새벽안개를 맞으며 낯선 손님을 맞는 구례역.
남의 땅 외진 곳에 비닐하우스 만들어
조카 딸 같이 키워보는 물오이
노균병으로 시들어가는 성숙을
깨어진 농약병으로 지켜야 하는
큰 언니의 튼손이 반긴다.
이젠, 강길 흘러 구십리면
어머니 여윈 가슴으로 죽순 돋는 하동 땅
화개를 지나서부터
일찍부터 숨죽여온 산이란 산들이
아침강으로 다가와 늘 하던 짓으로
발목까지 담근채 목을 축이고 있었다.
본디 한뿌리의 여린 가지로 태어나
동(東)으로 다리 뻗기도 하고
서(西)로 등을 돌리기도 하였지만
물 가는 어느 곳에도
진실로 껴안지 못하는 산
산그림자는 없었다.
흔들리면서 살아온 날들이
읍내를 감싸는 황사속에서도
쉽게 불려가지 못하는 것은
이 땅 어딘가에 붙박이로 살붙이며
살아가는 핏줄이 녹아있기때문일까.
전원문학 동인지