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한수 가슴에 품고

사랑자국

먼당 2008. 9. 24. 17:10
 


사랑자국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 

작자 미상의 갈대밭속에 포근히 주저앉은 계절은

제법, 쫑긋쫑긋 깃을 세워

알몸으로 다가 올 다른 계절을 기다리는데

오늘밤은 어둠이 너무 시리구나.

튼튼한 솜이불로

무릎관절 스며오는 아픔을 느끼기엔

아직, 나의 사랑이 너무 어려

밀어내지 않아도 저절로 밀려나는 시계초침 위로

목줄기를 빼고 길게 매달려

언 땅위로 자란 한그루 소나무처럼

지금은 다만 스스로를 재우는 혼자이기에

웃지도, 울지도 못할 박재된 가슴팍에

두 서너개의 못을 여물게 박으며

어스름 녁 빨간 노을속으로 침몰되어가는

하루의 일상과도 같이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.

 

참 아름다운 세상이어라

가을 내음 제 빛깔로 부서져

발밑으로 내뒹구는 어제의 고난은

붉은 구토 토하며 도회지 곳곳에 매달린 굶주린 십자가만으로

내일은 또 새롭게 다가서는데

가슴으로 저려오는 때절은 사랑은

깊이를 측량할 수 없는 강물 속으로

아무런 반성없이 추락해 어슬픈 몸동작으로 자꾸만 자맥질을 하고

무릇무릇 돋아오른 내 유년의 꿈은

누렇게 변색된 한장의 석간신문 사회면에 톱 기사로 실려

잠들 수 없는 나에게로 와 부끄러움이 되었다.

 

그러기에 태워야 한다

꼬부라진 혀 천정에 와 부딪히는

미래지향의 아름다움이야말로

다시 오지않을 먼 친척의 이사한 주소처럼

심연의 그리움으로 불살라

나의 메마른 가슴을 적셔야 한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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